좋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

🔖 "데이터센터의 순환경제는 절대적으로 필요할 텐데 현재로는 충분하지 않은 상태"라고 필리프 뤼스는 한결 절제된 투로 말한다. "언젠가 간소함이라고 불리는 끔찍한 세계 속으로 진입해야 할 순간이 올 겁니다." 이는 기업가들이 데이터 축적에 답변하기 위해 제시한 우선순위의 전복을 전제로 한다. 이들이 제시한 우선순위를 순서대로 보자면 먼저 '녹색' 전기의 원천으로 옮겨가고, 그것이 이루어지면 저장 기술을 향상시키고, 그런 다음에 우리의 데이터 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먼저 우리의 디지털 비만의 뿌리를 공격하고, 그다음에 저장과 전기 네트워크를 최적화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기업가들은 언제까지고, 완전히 정신분열증적인 증세를 드러내 보이면서 데이터의 폭발과 환경에 대한 책임, 대폭 강화된 연산 능력과 강물에서 끌어 올린 탈탄소 전기 같은 이율배반적인 말들을 한 문장 안에 늘어놓는 말이 안 되는 말을 계속할 것이다.

🔖 우리가 걷게 될 미래의 길은 십중팔구 오늘날 세계 각지에서 끓어오르고 있는 이처럼 광범위한 해결책들의 혼합이 될 것이다. 그 길을 어깨에 짊어진 우리 인간들이 각자가 가진 관점의 차이를 넘어서 함께 공유할 수 있는 탄탄한 목표를 중심으로 뭉칠 수 있으리라고 믿어 보자. 우선 스스로를 능가하겠다는 야심 하나만을 추구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는 생태계의 탄생을 목표로 삼고 시작해보자. 그 생태계는 이상화되고 불확실한 미래를 약속하기에 앞서 실질적으로 체험되는 현재를 염려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이며, 우리가 만들어 내고 살아가는 시대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가 될 것이다. 독일 철학자이자 문필가인 한병철이 말했듯, "이 새로운 미디어는 우리가 그것이 초래할 수 있는 패러다임의 급진적인 변화를 파악하지 못하는 가운데 우리를 새롭게 프로그래밍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제일 도출해내기 어려운 합의는 아마도 미래에 기술과의 관계에서 인간이 차지하게 될 입지가 될 것이다. 우리는 디지털을 인간들을 구하기 위해 세상에 온 메시아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는데, 현실은 이보다 훨씬 세속적임을, 디지털이 실제로는 우리를 본떠 만들어진 도구에 불과하다는 점을 합의에 의해서 인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이 기술은 더도 덜도 아니고 딱 우리가 하는 만큼만 친환경적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우리가 식량 자원과 에너지 자원을 낭비하기 좋아한다면 디지털 기술은 우리의 이러한 경향을 한층 심화시킬 것이다. 반대로, 우리가 한계를 넘어 지속 가능한 지구를 생각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눈 깜짝할 사이에 지원자 군단을 모을 수 있을 것 이다. 그때 그 도구는 우리의 일상적 솔선수범(그것이 고귀한 것이든 명예롭지 못한 것이든)에 불을 붙이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미래 세대에 물려줄 유산을 증대시킬 것이다. 디지털은 이제 조물주가 되어버린 우리에게, 우리가 책임져야 하는 측량할 길 없는 막강한 힘을 거의 의식조차 하지 못하는 우리에게, 마하트마 간디의 강력한 명령을 두고두고 숙고하라고 권한다. "여러분 자신이 이 세계에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변화가 되십시오."